가자 지구의 사망자 수로 파악해 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BBC News 코리아 (2024)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줄곧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폭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Verify 팀은 가자 지구의 사망자 규모를 통해 이번 분쟁을 살펴봤다.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 지구의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교전 시작 이후 중간 7일의 임시 휴전 기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거의 3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브레넌 세계보건기구(WHO) 지역응급국장은 이러한 사망자 수치는 신뢰할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전 세계 어디든 전쟁 지역의 사망자 수를 집계하기란 쉽지 않다. 가자 지구의 의료진 또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도 시신이 묻혀 있거나, 병원 내에서 사망하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BBC Verify팀은 과거 다른 전쟁과 비교했을 때 해당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등 사상자 규모를 자세히 살펴봤다.

높은 사망자 수

2003년 이라크 전쟁, 콜롬비아 내전, 콩고 전쟁, 과거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간 분쟁 등 전 세계 여러 전쟁의 사망자 수를 연구하는 마이클 스파갓 교수는 이번 전쟁의 사망자 규모가 “이례적이게 많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후 이어진 가자 지구 분쟁 중에서도 특히 현 전쟁은 사망자 규모와 살해의 무차별성 측면에서 더욱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10월 7일부터 12월 20일까지 최소 2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가자 지구 전체 인구 220만명의 거의 1%에 달하는 수치다.

BBC가 인터뷰한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은 다양한 종류의 폭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엔 약 100파운드짜리(약 45kg), 심지어 2000파운드 정도 되는 폭탄도 있으며, 이런 것들이 이번 분쟁의 사망자 규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의 선임 정보 분석관 출신이자 전직 UN 전쟁 범죄 조사관으로 폭탄 피해자 및 목격자들을 만나 본 마크 갈라스코는 이러한 대형 폭탄 근처에 있으면 “충격파가 순식간에 땅을 액화시킨다. 그래서 마치 지면 위를 서핑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는 바로 가자 지구의 높은 인구 밀도이다.

가자 지구는 길이가 겨우 41km에 폭은 10km에 불과한 좁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번 분쟁 전 가자 지구의 인구 밀도는 평균적으로 1㎢당 5700명 이상이었다. 이는 런던의 평균 인구 밀도와 매우 유사하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대부분 민간인으로 이뤄진 1200명이 사망한 직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 수에 대해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기반의 무장 폭력 연구 기관인 ‘무력 폭력에 대한 행동’에 따르면 2011~2021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분쟁에서 인구 밀집 지역에 폭발물이 사용됐을 때 사망자의 평균 90%가 민간인이었다고 한다.

CNN이 본 미국의 정보 평가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12월 중순까지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폭탄 2만9000발 이상을 투하했으며, 이 중 40~45%가 정확성이 떨어지는 비유도 폭탄이었다고 한다.

과거 발생한 가자 지구의 3차례 전쟁도 연구했으며, 현재 네덜란드의 평화 기구 ‘PAX’에서 군사 고문을 맡고 있는 갈라스코는 이러한 비유도 폭탄은 “목표물을 최고 30m까지 빗나갈 수 있다. 즉 하마스의 본부를 맞추는 대신 민간인이 밀집한 아파트 건물을 강타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공습 전 피해 가능 지역에 경고를 내리는 등 민간인 피해를 막고자 예방 조처에 나선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스라엘은 다른 국제 분쟁에 비해 이번 전쟁에선 민간인 사망자 규모가 더 작다고 말한다.

IDF는 “우리는 예상치 못한 민간인의 존재를 발견하면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각 목표물에 맞는 무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인 사망자 규모는?

가자 지구의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자 지구에서 사망한 이들의 약 70%가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마스의 이러한 사망자 수치는 민간인 남성과 하마스 전투대원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지난 19일, 하마스의 미디어국은 1만966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린이 8000여 명, 여성 620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의료진 310명, 민방위군 35명, 언론인 9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모두 민간인이다.

이번 전쟁은 특히 가자 지구의 아동들에게 치명적이다. 가자 지구 보건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자 지구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18세 미만이다.

한편 부상자 수는 어떨까.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현재까지 5만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어린이 부상자 수에 관한 최신 자료는 없으나, 지난달 3일 기준으로 어린이 8067명, 여성 5960명, 남성 1만146명을 포함해 부상자가 2만4173명에 달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 지구는 이제 “어린이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다.

유니세프의 아델 코드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는 “아이들이 뛰놀거나 등교하곤 했던 모든 마을이 이제 한 줌의 잿더미로 변했다. 이제는 삶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쟁과 비교하면?

전쟁과 분쟁은 각각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지니지만, BBC가 만나본 전문가들 모두 이번 가자 지구 전쟁의 경우 최근 일어난 다른 전쟁에 비해 사망자 수가 훨씬 더 많다는 데 동의했다.

2014년부터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수를 감시하는 단체 ‘에어워스’의 에밀리 트립 이사는 “민간인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가 지켜본 그 어떤 분쟁보다 그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갈라스코는 “(이번 가자 지구 전쟁처럼) 비슷한 밀도의 고성능 폭약을 인구가 밀집된 좁은 지역에 사용한 예시를 찾기 위해선 베트남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 일례로 라인배커 작전의 일환으로 1972년 ‘크리스마스 대공습’ 당시 하노이에 폭탄 약 2만 톤이 투하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 크리스마스 대공습으로 인해 베트남 민간인 약 1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이에 비해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이 지난 2017년 시리아 라카 지역에서 IS를 몰아내고자 4개월간 펼친 공습에선 1일 평균 민간인 사망자가 20명 미만이었다고 한다.

당시 라카 지역에 살던 민간인 규모에 대해선 정확히 알 수 없으나, UN 측은 5만~1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또한 당시 민간인 16만 명 이상이 살던 집을 떠나 국내 실향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AP 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의 수도 모술을 두고 미군이 지원하는 이라크 군과 IS 간 벌어진 9개월간 전투에선 민간인 9000명~1만1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민간인 40명 미만이 사망한 셈이다. 2014년 IS가 점령했을 당시 모술의 인구는 200만 명 미만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UN은 지난 2년간 민간인 최소 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UN의 인권감시단은 이러한 사망자 검증은 그 특성상 쉽지 않고 시간도 걸리기에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여러 방법론이 동원돼 사망자 규모를 추정하기에, 여러 분쟁의 사상자 비율을 비교하기란 어렵다.

하마스 대원 사망자 규모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이 목표라고 밝혔으나, 얼마나 많은 하마스 대원을 사살했는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 당국은 “수천 명”이라고 말한 적도 있으며, “7000명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영국 등에서 테러 조직으로 규정된 상태다.

그러나 IDF는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질문에 대해 “하마스 테러리스트 사망자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하마스 대원 1명당 팔레스타인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는데, 조나단 콘리커스 IDF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비율은 “무척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BBC는 사망한 하마스 대원 수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을 확립하지 못했다.

다만 스파갓 교수는 사망자의 약 80%가 민간인이라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DF가 말하는 사망한 하마스 대원 수는 “세부 사항도, 설명도 없이 중구난방”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수를 조사하는 기관인 ‘이라크 바디 카운트’의 하밋 다르간과 존 슬로보다는 가자 지구 내 사망한 전투대원 대비 민간인 비율에 대해 “신뢰할 만한 수치가 없다”고 지적했다.